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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생활

[영화] 혼자 사는 사람들

by yooffy1 2021. 5.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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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

혼자사는 사람들


#내돈내산
#잡설많음
#지극히개인적
#줄거리있음
#스포있음많음

예고편영상 _ 혼자사는 사람들


ㅁ관람계기


혼자 살지만 외롭다고 느낀 적은 손에 꼽는다. '외로움을 안탄다'와 '외로움을 모른다'의 그 중간 즈음에 서있다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Q1. 나는 외로움을 안타는가?


휘어질지언정 부러짐을 택/당하며 살아가지만, 팩트/감정 구분없이 솔직해야한다는 강박이 있기 때문에 느낀바를 그대로 이야기한다. (티피오 못가리는 노필터가 정체성이라 바꿀래야 바꿀 수도 없고, 바뀐다면 그 자는 이제 더이상 나자신이 아닌 것이다.)

"화난다."
"빡치네요."
"그런 말씀 불편합니다."
"왜 저래...?"
"심심하다. 뭐 재밌는거 없어요?"

이런 내가 "외롭다."를 입밖으로 뱉은 기억은 나지 않는다. 연애와 남녀간의 사랑에 대한 갈망도 크지 않은 편이다.(물론 상대가 있다면 내기준 최선을 다한다.) '외로움을 안탄다'는 가설에 힘이 실린다.



Q2. 나는 외로움을 모르는가?


사전적 의미를 당연히 모르고 있으므로 검색해본다.

1. 외로움: 홀로되어 쓸쓸한 마음이나 느낌
(감이 오지 않는다.)
2. 쓸쓸하다: 외롭고 적적하다.
(? 같은말 돌려쓰지 말길 바란다.)
3. 적적하다: 조용하고 쓸쓸하다.
(출처: 네이버 국어사전)


다시 정리해보면,

1. 외로움 = 혼자 + 쓸쓸
2. 쓸쓸 = 외로움 + 적적
3. 적적 = 조용 + 쓸쓸

방정식은 세갠데 변수는 다섯개다. 풀 수 없다.
그런데 다시 보니 '쓸쓸하다'의 다른 뜻이 있다.

2'. 쓸쓸하다: 몹시 출출하여 쓰리고 아프다.
(유레카)

외로움을 잘 알 순 없지만 나는 혼자살고, 자주 배가고프다. 이에 따르면 나는 외로운 사람인 것이다.


외로움이 나를 부를 때 극장에서 만나요.
예고편영상 _ 혼자사는 사람들 _ 외로움이 나를 부를 때

나는 외로움을 안타지만, 외로운(배가 고픈) 사람이었다. 감정적으로 외로움을 느끼지 않지만 객관적 시점에서 ‘외로운 이’라고 풀어볼 수 있겠다. ‘외로움이 나를 부른다’고 결론지어도 될 것 같다. 그렇담 가야지.

5월 22일 서울극장에서 만나요. 아니, 만났었죠.



ㅁ 배우 #공승연

혼자사는 사람들 포스터_ 외로움도 1인분이면 괜찮을까요?

의외였다. 정신 쏙 빠진, 직장인의 영혼없음과 자취인의 스산함이 주연배우의 맑고 화려한 이미지와 매칭이 힘들었다. 티비를 잘 보지 않아서 배우공승연의 연기력은 알지 못했고, 단지 #트와이스정연 의 친언니로 익숙했다. 하지만 훌륭했다. 호흡이 긴 씬도 많고, 이야기 자체가 주인공에게만 포커스가 맞춰져있어 자칫 쳐질 수도 있었는데, 공승연이 유진아(극중 이름)였다.





ㅁ 줄거리+a

혼자 사는 사람들 유진아의 혼밥 _ 공승연
혼자 사는 사람들 유진아의 혼밥 _ 보던 티비 끊기면 화나지

유진아(공승연분)는 오래된 아파트에 혼자 살고있는, 감정쏙뺀 감정노동으로 처리콜수가 상당한 신용카드사 에이스 상담직원이다. 최근 어머니가 돌아가셨고 임종을 지키지 못했지만 그럭저럭 괜찮게, 흔들림 없는 모습으로 하루하루를 흘려보낸다.


티비, 옷장, 침대를 비롯해 쌓여있는 즉석밥과 컵라면 그리고 냉장고까지 방에 들여두었다. 진아의 세계는 이 방을 벗어나지 않는다.

먹고있는 도시락용기의 모양이 익숙하다. 컵 없이 패트병 째로 마시는 생수도. 아무렇게나 쑤셔박혀진 옷들도 인상적이다. 남 일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내가볼 때 진아는 여타 자취인과는 다르다. 혼자사는 사람의 트레이드 마크인 배달음식과 택배가 안나온다! 자신을 극단적으로 절제하며 감정의 흔들림이 일지 않도록 마이크로컨트롤하는 고독가의 모습으로 비춰진다. 삶 속의 작은 새로운 것도 허용하지 않는 고독 그 자체의 모습이다.




혼자사는 사람들 _ 익숙한 조삽= 한그릇 + 폰고리로 가로로세운 스마트폰
혼자사는 사람들 _ 같은구도 다른얼굴 ^^

식사시에는 항상 미디어와 함께한다. TV, 핸드폰과 이어폰만이 진아의 청력세포에 자극을 줄 수 있다. 영상 내용을 인지하지는 않는 것 같다. 멍하니 소음을 보고있는다.

엄마의 죽음과 뻔뻔한 아빠에 대한 분노로 고요했던 감정의 바다에 자신도 모르게 태풍을 만들어내는 모습으로 보인다. 저 구도로 혼자 밥을 먹으면 만퍼센트 잡념이 흘러들어옴을 경험적으로 알 수 있다. 특히 저 블투 아닌 이어폰.. 식사에 상당히 거슬리기 때문에 영상에 집중 할 수 없다.




혼자사는 사람들 _ 저 선밴님이랑 같이 점심 먹어도 돼요?? ㅠㅠ

기계를 통해 유일하게 사회와 이어져있지만, 이는 모순적이게도 현실세계와의 단절을 야기한다.

진아는 신입사원 수진(정다은분)의 교육담당을 맡게되어 불편하고 성가시다.

수진은 지방에서 홀로 상경했다. 한껏 텐션이 올라있는 어리버리한 모습으로 뒷목잡게 만드는 캐릭터인줄 알았지만, 신입사원의 어색함을 꾸며낸 밝음으로 견디는 짠한 인물이었다. 발바닥DNA부터 본투비로 친구가 필수인 성격의 외로운 수진은 사수-진아에게 의지하려하지만 대화와 시선을 동시에 교환하는 정다운 식사자리는 영영 없었다.




혼자사는 사람들 전무후무 명대사: 인사 좀 해주지

몇일 뒤 옆집남자는 고독사하고, 진아의 태풍은 크기를 키워간다. 남자는 죽은지 일주일이 넘어서 발견되고, 관련기사가 보도되었고, 집주인의 원망은 하늘을 찌른다. 숨을 거둠으로써 이 사회에 첫 존재감을 드러내게 되는것이다.

하지만 분명 진아의 출근길은 흡연중이던, 죽었다던 남자에게 침범당했다.
"인사 좀 해주지"

이 부분은 과하게 현실적인 이 영화의 유일한 판타지 요소이다. 귓구멍을 이어폰으로 꽉막은 진아에게 날아든 명확한 메세지는 진아의 말을 안믿는 사람들의 어이없어함에 단지 소음으로 전락한다.




혼자사는 사람들 _ 근데 이 소리 저만 들리는 거죠? ㅠㅠ

외로움에 지쳐가는 수진은 이명을 겪는다. 고객과 통화중에 뚜뚜뚜뚜 하는 신호음이 들리는 것이다. 타임머신을 타고 2002년으로 가야하는데 타임슬립-시간이동을 위한 카드사상품여부를 묻는 정신나간 고객에게 '왜 그시점이냐'는, '같이가면 안되냐'는.. 진아로서는 어이가없는 응대를 하며 자아를 잃지 않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혼자사는 사람들 _ 팀장과 진아 담배가 아니라 옥상커피였으면 좀 더 현실성 있었을것 같다. (내가 저 업계를 잘 모르긴 한다..)

팀장(김해나분)은 진아에게 수진을 챙기라 명하듯 부탁한다. 팀장은 진아에게 틱틱대지만 많이 의지하고 있는 것 처럼 보인다. 하지만 진아는 수진과 자신의 거리가 '당신이 내 사수일 때와 같은 모습'이라고 일갈한다. 어딘가 진아를 신경쓰(는것처럼보이)면서도 장이라는 직위와 채워야 할 성과에 압도되어 일로서의 자아만 보여지는 그녀에게, 진아는 '자격'을 논한다.

이 대화에서 수진의 외로움이 과거 진아의 삶과 일맥한다는 가정을 둬도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었다.




혼자사는 사람들 _ 선밴님도 들어버렸지 뭐야

주말이 지나고 수진은 출근하지 않았다. 하지만 수진의 이상증세가 전이된 듯, 진아도 극도의 혼란에 빠지게된다. 진아에게도 각성의 소리가 들리는 것이다.




혼자사는 사람들 _ 아버지..

진아는 결국 태풍의 가장자리로 밀려나 절제하고 있던 아버지에 대한 대노를 발산하며 닫아두었던 감정의 둑을 터뜨리게되고, 나에게 미안하다고 말하라며 소리친다. 하지만 아버지는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 척 핸드폰을 꺼버린다.

사실 진아는 아버지보다 자기자신에게 화가 더 많이 났을 것이다. 미디어와 혼밥이 감싸고있던, 내 약한 보호막이, 괜찮은 줄 알았던 내 세계가 수진이 들었던 신호음과 함께 무너져버렸으니까.

혼자사는 사람들 _ 관계의 신호음




혼자사는 사람들 _ 사무실에서 전화할 땐 어렵지 않았는데

진아는 수진에게 전화를 한다. 처음엔 무슨말을 해야할지 모르겠다며 머뭇거리지만 결국은 소리내어 사과를 한다. 작별인사를 한다.

그것은 사실 수진으로 대표되는 한껏 돌보고 안아주지 못한 진아자신의 과거에게, 홈캠만 덜렁 설치해두고 자주 찾지 않아 외로웠을 엄마에게, 혹시 팀장처럼 되버릴 수도 있는 자신의 미래에게 하는 말일지도 모른다.

다시 어제의 자신이 될 수 없음을 알게 된 진아는 휴직계를 낸다. 이제 가뿐히 타인의 소리를 무시하는 에이스상담원일 수 없는 것이다.




혼자사는 사람들 _ 세상밖으로

영화 막바지에 진아는 비로소 혼자 제대로 사는 법을 배우려 커튼을 걷어내고 빛을 쬔다.

아버지와 통화를 하며 당신의 집에 카메라가 있노라고, 그 홈캠으로 당신의 모습을 지켜볼 수 있으니 딱 이정도의 사이로 지내자고 이야기한다. 아버지를 용서하지 못했지만 새마음으로 살아갈 나자신을 위해 홈캠이라는 소통로를 열어두는 것이다.

우리집에 내가 모르는 카메라가 있어서 누군가가 나를 지켜볼 수 있다면 너무도 끔찍한 일이다. 하지만 홈캠으로 대표되는 그 무례한 시선이 어쩌면 타인을 향한 관심의 발로일지도 모르겠다. ((물론 몰카같은 범죄를 옹호하는 것은 절대로절대로절대로 아니다. 나는 소름끼치는 관심은 법의 철퇴를 넘어서 개인적물리적으로라도 타도해야한다는 함무라비 애호가이다.))

사실 진아가 홈캠을 확인할 때 핸드폰 액정화면은 주인공 아버지 집의 거실이 아닌 나의 지극히 개인적인 크고 작은 사연들이 점령했었고, 나는 진아의 내면을 통해 나의 애증들을 보고있었다.

아버지는 재미있게 산다. 보고있는 진아만 힘들다.

내 분노들은 아직 생생히 살아있다. 되짚어 잊지 않는 나만 빡친다.





혼자사는 사람들 _ 그쪽은 원래 그렇게 뭐든지 화가 나요?
혼자사는 사람들 _ 그쪽은 원래 그렇게 뭐든지 화가 나요?2

빌런들에 집중하느라 전임차인이 고독사한 옆집에 새로 이사 온 성훈(서현우분)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

"그쪽은 원래 그렇게 뭐든지 화가 나요?"

까칠한 진아에게 스스럼 없이 말을 걸며 친화력을 방출하는 성훈의 대사를 들으니, 화의 양과 표출이 외로움의 척도를 나타내는 것인가 하는 의문이 들었다.


나도

'진아처럼 화가 많은 고슴도치다.'

'수진처럼 아직 내 자존의 의미가 직장생활의 편안함보다 중요하여, 진아처럼 화를 낸다.'

'팀장처럼 정나미가 떨어지.. 쉽게 말해 재수가 없지만 남의 싸가지를 참지못해, 진아처럼 화를 낸다.'

'타임리프-정신이상자처럼 과거를 종종 그리워하여 직장인 2대 허언*을 외치며, 진아처럼 화를 낸다.'
(*나 퇴사할거야 & 유투브할거야)

화를내는 것이 외로움을 느낀다는 증거라면, 나는 배고픔이 없어도 외로운 자네? 이렇게 한번 더 나 자신에 대해 돌아보게 된다. '외롭다'를 입밖으로 내지 않는 나의 자각없는 침묵은 그자체로 발화가 될 수 있음을 인식한다.


침묵이란
단순한 발화의 부재가 아니라
들을 수 있는 정적
#김영민 #우리가간신히희망할수있는것



진아처럼 ASMR, 집중하여 듣지 않는 유투버의 내돈내산이, 남의 강아지가 밥먹는 소리가, 무의미한 소리의 연속이 내 저녁의 오롯한 BGM이 된다면 그 때가 나를 되돌아보고 타인과의 연결성에 집중해야 할 때임을 잊지 않겠다.




혼자사는 사람들

그런데 사실 외로움이, 혼자있음이 나쁘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외로움도 1인분이면 괜찮냐고? 당연히 괜찮고 말고. 어차피 사람은 혼자와서 혼자간다. 아무렇지도 않은 척이 아니라 정말 아무렇지도 않을 때 진정한 나홀로가 된다는데, 혼자살면서 아무렇지도 않은척이 필요햇던 때는 없었던 것 같고, 진정한 나홀로인지는 잘 모르겠다. 다만 괜찮게 살고있는 것인지 사유의 여정중인 듯 싶다.

진아의 마지막 장면처럼 어둠속의 혼자에서 밝음속의 혼자가 되었다면 그로써 충분한 것 같다. 밝음속의 혼자가 된다는 것이 고독한 시간속의 나와 타인과의 교류가 둘다 소중한 것임을 인식한 것이니까.





+ 그리고 여담으로 혼자있다는 것이, 혼자 산다는 것이 오타쿠, 절망적 외로움 등의 메타포로 쓰이는 경우가 많은데 이런 시선이 조금은 완화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여담2) 고독사한 옆집남자의 인사좀 해주지라는 대사이외에 굳이 비현실적인 점을 찾자면
1. 에어팟 없는 진아 (에어팟 나온지 얼마나 됐다고 줄이어폰이 어색하게 보인다.)
2. 택배상자와 배달음식 재활용품이 쌓여있지 않은 진아의 거실...
3. 휴직때리는 진아 (상담사 복지가 그릏게 좋은가요....? 너무 부러웠음..)




+ #소소한독서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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